유럽은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제도화와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특히 프랑스, 독일,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은 이미 자산토큰화에 대한 명확한 법률 체계를 갖추고 실물자산 기반 디지털 금융 상품을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럽의 흐름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규제 정비, 기업 전략, 투자 방향성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럽 RWA 시장의 전개 방식과 한국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중심으로 자산토큰화의 글로벌 흐름을 분석하겠습니다.
유럽의 자산토큰화, 어디까지 왔나?
유럽연합은 디지털 금융을 제도권 내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장 먼저 시작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특히 2023년 시행된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안은 RWA뿐 아니라 암호자산 전체를 아우르는 법적 틀을 제공함으로써, 실물자산의 디지털 전환이 제도권 금융에서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은 유럽 중앙은행과 협업하여 채권,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을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독일의 경우 Boerse Stuttgart와 같은 전통 증권거래소가 자체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통해 자산토큰화를 상장 상품처럼 다루고 있으며, 스위스의 SIX 디지털 거래소(SDX) 역시 증권형토큰과 RWA 거래에 특화된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유럽의 특징은 기술 중심보다 제도 중심의 접근 방식입니다. 기술은 이미 다양한 기업에 의해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화 작업이 선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미치는 규제적 영향
유럽의 MiCA 규제 및 개별 국가의 입법 사례는 한국 금융당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은 자산토큰화에 대한 제도적 정의를 내린 첫 번째 공식 문서로, 많은 부분에서 유럽의 사례를 참조한 흔적이 명확합니다.
유럽은 자산토큰화를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증권법, 자본시장법 등의 기존 법체계에 통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STO(증권형토큰)를 기존 금융시장 내에서 취급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 중입니다.
또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발행 주체의 자격 요건, 투자자 보호 조치, 분산원장 기술 적용 범위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증권사나 핀테크 기업들이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발 투자기회의 확장성
유럽의 RWA 시장은 이제 단순한 기술 데모나 개념 실험을 넘어 실제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활성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은 안정적인 법제와 블록체인 친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디파이 플랫폼 등 다양한 투자 주체들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첫째, 한국 투자자들이 유럽의 RWA 상품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핀테크 플랫폼은 유럽의 부동산, 채권,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RWA 토큰을 한국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자산 분산 및 글로벌 수익 다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둘째, 한국 기업들에게는 유럽 RWA 시장이 글로벌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한국 프로젝트는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법인을 설립해 현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셋째, 유럽에서 먼저 형성된 RWA 수익모델이 한국 시장에 이식될 가능성도 큽니다. 예컨대 부동산 기반 RWA의 임대 수익 배당, 미술품 RWA의 공동 소유권 배당, 채권형 RWA의 고정 이자 지급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은 한국 기업에게 매우 유용한 벤치마크가 됩니다.
유럽의 RWA 시장은 제도화, 상용화, 투자 활성화의 세 가지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의 금융 정책과 기업 전략에도 점차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 정비와 글로벌 투자 기회 확대 측면에서 유럽은 강력한 레퍼런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수용 중입니다.
이제 RWA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금융 경쟁력과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참여의 관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자산토큰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의 성공사례를 토대로 한 제도 설계와 함께 적극적인 국제 협력, 그리고 창의적인 사업 전략이 필요합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지금이 바로 그 기회를 잡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