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암호화폐 수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높은 인플레이션, 불안정한 정치 상황, 금융 소외 계층 등으로 인해 전통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 지역에서 화폐 대체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주요 국가의 실제 사례와 함께, 스테이블 코인이 중남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확장 가능성, 그리고 규제적 과제까지 전방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불안정한 경제, 스테이블 코인을 부른 배경
중남미는 경제 불안정성과 통화 신뢰 부족으로 인해 오랫동안 외화, 특히 달러화에 의존해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24년 현재 기준으로 연간 130%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암시장 환율에 의존해 일상 거래를 합니다.
문제는 이들 국가에서 달러 보유나 거래가 정부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환 제한 정책으로 인해 합법적인 경로로 달러를 구매하거나 보유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P2P 방식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구매하거나, 거래소 없이도 직접 전자 지갑을 통해 코인을 주고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각광받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USDT, USDC, DAI 등 주요 코인이 미국 달러와 1:1 가치 연동
- 은행 없이도 지갑만으로 거래 가능
- 자국 통화의 하이퍼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
- 정부 검열을 피해 자산을 자유롭게 이전하거나 보관할 수 있는 점
소규모 기업이나 프리랜서들도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국제 고객으로부터 결제 대금을 수령하며, 이를 자국 통화로 환전하지 않고 스테이블 코인으로 직접 소비하거나 보관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국가별 활용 사례와 확산 양상
1.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 스테이블 코인 사용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공식 환율을 통제하고,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지만, 시민들은 암시장을 통해 달러 대비 30~50%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스테이블 코인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IT, 디자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들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급여를 받고, 이를 통해 현지 통화 페소의 가치를 피해 자산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DAI를 사용해 월세를 지불하거나, 스테이블 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상점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인플레이션 사례를 보여준 국가로, 볼리바르화의 가치가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정부가 자체 디지털 화폐를 도입했지만 신뢰 부족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반면 시민들은 USDT와 DAI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비공식 달러 대체 통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개인 상점에서도 QR코드를 통해 USDT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현금보다 디지털 지갑 결제가 더 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국가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3. 브라질
브라질은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비교적 제도권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나, 고금리와 통화 가치 하락 우려로 인해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브라질 내 스테이블 코인 거래 규모는 1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특히 중소 투자자들은 USDC를 장기 보관하거나 디파이 상품에 예치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라질 중앙은행은 디지털 레알(CBDC)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민간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속도, 편의성, 글로벌 호환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는 여전히 민간 스테이블 코인 쪽에 머무는 경향이 강합니다.
4. 콜롬비아 & 멕시코
이 두 국가는 해외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송금 수요가 높은 국가로, 기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한 송금은 수수료가 높고 도달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송금업체나 개인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P2P 송금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이는 수수료를 90% 이상 절감시키는 효과를 보입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Bitso와 같은 지역 암호화폐 거래소가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즉시 환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백만 명이 이용 중입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금융소외층에게 디지털 금융의 첫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금융기관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회와 도전: 확장성과 위험 요소
스테이블 코인의 중남미 확산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속 가능하려면 몇 가지 과제도 해결되어야 합니다.
- 법적 불확실성: 정부의 입장 변화나 규제 강화로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사이버 보안: 디지털 지갑 해킹, 피싱 사기, 기술적 오류에 대한 대책이 부족합니다.
- 기술 접근성 격차: 고령자나 저소득층은 디지털 지갑이나 앱 사용이 어려워 금융 양극화 우려가 있습니다.
- 과세 및 환율 문제: 스테이블 코인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이 모호하며, 법률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론: 중남미, 스테이블 코인의 실험장이자 미래
중남미는 지금, 전통 화폐 시스템의 한계 속에서 디지털 자산이 실질 경제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험장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 지역에서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생존과 자산 보호, 금융 자율성 확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CBDC가 논의되는 가운데, 중남미에서 벌어지는 스테이블 코인 실사용 사례는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정책적, 기술적 참고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암호화폐는 위험하다”는 시선을 넘어서, 디지털 화폐가 실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바라보아야 할 시점입니다.